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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야기

자본주의 4.0(capitalism 4.0) -anatole kaletsky-


이책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는 1952년 러시아의 모스크바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을 전공하였고, 미국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그 후 오랜 기간 뉴욕과 워싱턴에서 특파원 생활을 해왔다. (저자의 출신국가가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임을 생각할때 처음 이책을 접할때 제목과의 부조화가 느껴졌음..)

이 책은 현재 몰아 닥치고 있는 경제위기에 대하여 그 원인을 이론경제학과 정치이데올로기의 해로운 상호작용이라 규정하고,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을 통하여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제목 자본주의 4.0은 자본주의의 네 번째 시스템을 의미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고정된 제도들의 집합이 아니라 위기를 통해 재 탄생되고 재건되며 진화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우리는 2007~2009년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은 1803~1815년의 나폴레옹 전쟁, 1930년대의 경제위기, 1970년대의 경제위기에서 비롯된 전환에 이어, 자본주의의 네 번째 시스템 전환의 촉매제이다
.”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에 비해 분명 우위를 점하고 있다. 모두가 평등하게 잘살자는 사회주의사상은 사상 자체는 좋지만 실제로는 모두가 평등하게 못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므로 실패한 실험으로 끝나 버렸다. 반면 자본주의는 기회의 균등과 실력을 통하여 누구나 부를 이룰 수 있다는 꿈을 가지게 하였고, 영국의 케인스로 대표되는 신고전학파에서는 정부의 규제를 최소화 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였으며,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시장은 저절로 움직이며, 정부의 기능은 최소한의 치안 통제 정도에만 그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이론경제학과 정치이데올로기의 해로운 상호 작용 때문에 지금의 경제위기가 닥쳐왔고, 그 과정에서 작은 정부가 곧 효율적인 정부이며, 효율적인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정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인하여 타락해버렸다고 설파하고 있다
.

이 책에서 저자는 작은 정부가 아닌 큰 정부 즉,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을 주문하고 있다. 자본주의라는 체제의 특수성을 감안하였을 때 언제든 위기가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고, 점점 불확실성이 증가해가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이러한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담대한 회의라는 것은 시장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움직여서는 안되며, 자본주의의 수 많은 결함과 모순을 인정하기 위하여 회의주의와 논리를 거스를 수 있는 지적인 용기가 모두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앞장서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각종 로비들에 둘러 싸여 있으며,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할 때가 많다는 것은 슬픈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저자가 주장하는 위와 같은 말은 얼핏 보면 도덕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어떠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담대한 회의, 지적인 용기와 같은 도덕적인 주문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나뉘어있다. 각 부마다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면,

1
부에서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진화과정을 시대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민주적 자본주의는 사라지지 않을 시스템이며, 그 이유는 자본주의는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책이 나타날 때까지 살아 남는다' 는 조건 하에서, 창의력, 노력, 경쟁심 등이 작동하고 여기에 충분한 시간과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민주적 자본주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급격한 변화를 겪어낼 수 있는 내부메커니즘이 필요한데 그 메커니즘으로는 오래 미룰 수 있는 문제는 효과적으로 해결된 문제라고 보는 낙관적인 미코버 원칙이다
.
 
2
부의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서 말하면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세상을 바꾸는 장기적인 추세와 이런 장기적 추세를 종종 과장하고 왜곡하는 금융주기를 모두 인식해야 한다. 왜냐하면 역사와 경제는 진보의 화살과 반복의 고리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 작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것의 대표적인 기준점이 바로 1989년 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20년 동안 세상을 바꾼 돌이킬 수 없는 다섯 가지의 중대한 변화가 1989년을 전후하여 나타났다. 1989 11월 베를린 장벽의 붕괴, 아시아 특히 중국이 세계 경제의 축으로 부상, 1980년대 후반 인터넷 등 기술혁명의 가속화, 냉전의 종식으로 생긴 평화배당금, 브레턴우즈 국제통화시스템이 폐지로 순수종이화폐시대의 도래 등이 그것이다. 이 변화들은 20년 후에도 여전히 세계를 흔들고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결정적 사건들 때문에 2007-2009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강력하고 장기적인 경제 트렌드들이 생겨났다
.

3
부에서는 시장근본주의의 자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단순한 호황-불황 사이클이 역사상 최대의 금융 재앙으로 확대된 것은 주택 호황의 규모나 은행가의 탐욕이나 대출자들의 무모한 어리석음 탓이 아니었다. 이번 금융위기의 독특함은 미국 정부가 역할을 맡기를 거부했다는 사실에서 나타난다. 미국 정부는 세 가지 중대한 정책 오류를 범했다. 첫째, 리먼 사태 몇 년 전에 도입된 시가평가(mark-to-market) 회계기준과 리스크 가중 자본요건(risk-weighted capital requirements)으로 인해 적절한 규제에 실패했다. 둘째, 2008년 봄과 초여름에 석유와 식량 가격에 대한 심각한 투기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정부는 방관만 했다. 셋째, 신용경색이 시작되었을 때 미국 정부가 금융시스템에 직접 개입하기를 거부한 것이다. 세 번째 실수만 막았어도 대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사상이 충족시켜야 할 조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째, 시장경제는 균형 상태의 정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끊임없이 진화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효율적인 정부와 역동적인 민간 기업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협력적인 관계이다. 셋째, 인간 행위와 경제학 사건들이 원래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4
부에서는 새로운 전환을 맞는 시대에 대해 서술 하고 있다. 자본주의 4.0은 적응성 혼합경제가 될 것이다. 혼합경제에서는 정부와 비즈니스를 대립 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로 본다. 그리고 되도록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일반적인 경쟁시장들과 효율성이 제한되도록 규제를 받는 소수의 통제시장들이 신중하게 혼합될 것이다. 자본주의 4.0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제도적 구조, 규제, 경제 원칙들을 기꺼이 변화시킬 수 있는 적응성 시스템이 될 것이다. 사실 적응성 혼합경제는 지금까지 존재했던 개념으로 새롭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과 뚜렷한 차이는 적응성과 민간·공공부문의 상호의존적 관계를 좀 더 의식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

마지막 5부에서는 미국과 세계 경제에 대한 더 큰 문제들은 2011년부터 나타날 것이며 이때는 정부 부채와 민간부채, 국제적 불균형, 구조적 인플레이션 등 더 장기적인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 4.0의 경제정책, 자본주의 4.0의 정치, 자본주의 4.0의 금융과 은행업,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본주의 4.0의 세계에 대해 설명하며 글을 마치고 있다
.
[2012. 1. 23]